대한민국의 가장 아름다운 섬 제주는 오랜 세월 동안 말로 다 할 수 없는 깊은 통곡과 눈물을 품고 있는 곳입니다. 바로 ‘제주4·3평화운동(제주4·3사건)’의 비극입니다.
오랫동안 이 역사는 이념의 굴레에 갇혀 숨죽여야 했고, 교과서의 한 줄로만 박제되어 대중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진실을 밝히려는 유족들의 피눈물 나는 노력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침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이루어졌고, 이제는 국경을 넘어 세계의 중심에서 우리의 아픈 역사를 증언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주도가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뉴욕아시안영화제와 연계해 '제주4·3 국제 특별전'을 개최한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벅찬 감동을 안겨줍니다
제주4·3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인명 피해가 극심했던, 국가 권력에 의한 참혹한 민간인 학살 사건입니다.
비극의 도화선: 해방 직후인 1947년 3·1절 기념행사에서 기마경찰의 말발굽에 어린아이가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에 항의하는 주민들을 향해 경찰이 발포하면서 6명이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제주 전역에서 남조선노동당(남로당) 제주도당의 주도로 단독정부 수립 반대 등을 외치는 소요 사태와 무장봉기(1948년 4월 3일)가 일어났습니다.
잔혹한 ‘초토화 작전’과 학살: 이승만 정부와 계엄군은 무장대를 토벌한다는 명분으로 해안선 5km 이내 중산간 부락의 모든 사람을 폭도로 간주하는 ‘초토화 작전’을 감행했습니다. 군경과 서북청년단 등 극우 단체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인 학살을 저질렀습니다.
지워지지 않는 상흔: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 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장장 7년 7개월 동안, 당시 제주 인구의 10%에 달하는 3만여 명의 무고한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 아이들, 임산부, 노인들의 시신이 제주의 푸른 바다와 유채꽃밭 아래 묻혀야 했던 인류사적 비극이었습니다.
오랜 세월 '폭동'이라는 오명 속에 숨겨졌던 4·3의 진실을 우리가 계속해서 소환하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첫째, '인간 존엄성과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되새기기 위함입니다. 이념과 정치적 목적이 인간의 생명보다 앞설 수 없다는 뼈아픈 교훈을 평화의 소중함으로 승화시켜야 합니다.
둘째, 국가 폭력에 대한 성찰과 정의의 실현입니다. 잘못된 공권력의 행사를 국가가 스스로 인정하고 사과하며 명예를 회복시키는 과정은, 대한민국이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로 성숙했음을 증명하는 지표입니다. 이제 제주4·3은 단순한 비극을 넘어 상생과 용서, 그리고 연대의 상징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세계 문화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에서 개최되는 '제주4·3 국제 특별전'은 역사적 대전환점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동안 텍스트나 역사서로만 존재하던 아픔이 영화, 기록물, 문학, 미술 등 다채로운 문화예술 콘텐츠를 옷을 입고 세계인과 만납니다. 문화는 언어와 국경의 장벽을 단숨에 허무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뉴욕의 글로벌 관객들은 스크린과 전시장을 가득 채운 제주의 아픔을 보며, 과거 자신들이 겪었거나 혹은 지구촌 곳곳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학살의 상처를 떠올릴 것입니다. 즉, 이번 특별전은 제주4·3을 한국만의 로컬 역사가 아니라, 홀로코스트나 킬링필드처럼 세계인들이 함께 아파하고 연대해야 할 '세계적인 평화와 인권의 역사'로 격상시키는 위대한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고,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입니다. 뉴욕 특별전은 영광스러운 첫걸음일 뿐, 우리의 노력은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됩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4·3 관련 기록물들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하며, 다국어 번역 콘텐츠 제작 및 글로벌 학술 교류를 더욱 확대해야 합니다. 제주의 아픔이 전 세계 교과서에 실려 평화 교육의 교재로 쓰이는 날까지 우리의 목소리는 더 커져야 합니다.
붉디붉은 제주의 동백꽃 배지가 전 세계인의 가슴에 평화의 상징으로 기억되는 그날까지, 역사 바로 세우기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기를 진심으로 염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