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
태움은 주로 간호사 직군 내부에서 쓰이는 은어로, 선배 간호사가 후배 간호사를 교육한다는 명목하에 가하는 직장 내 괴롭힘과 가혹행위를 뜻합니다. 업무 피드백을 넘어 인격 모독, 폭언, 따돌림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피해 간호사들에게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안겨주는 악명 높은 악습입니다.
이번 사건이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피해자가 아닌, 같은 병실에 있던 한 ‘환자분’의 용기 있는 고발 덕분에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병실 안까지 고스란히 들릴 정도로 선배 간호사가 후배를 혹독하게 몰아붙이고 괴롭히는 일이 벌어졌다고 해요. 보통은 '남의 직장 일이니까', 혹은 '병원 분위기가 원래 저런가 보다' 하고 그냥 지나치기 쉽잖아요. 하지만 이 환자분은 그걸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병원 측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물론이고, 공공 민원 포털인 국민신문고에까지 직접 민원을 넣으며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섰습니다.
사실 간호계의 폐쇄적인 권력 구조 안에서는 피해자가 불이익이 두려워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3자가 내민 손길은 결정적인 해결책이 되었고, 병원 측도 결국 내부 관행대로 쉬쉬하지 못한 채 가해 간호사를 퇴사 처리하는 것으로 사건이 일단락되었습니다.
단 한 사람의 관심과 행동이 잘못된 조직 문화를 바꿔놓은 아주 의미 있는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간호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업무가 너무 긴박하고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예민해져서 그렇다"는 핑계를 대곤 합니다. 하지만 현장의 열악한 환경이 동료의 인격을 짓밟고 모욕하는 행위에 면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구조적인 한계는 시스템대로 고쳐나가야 할 문제이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가해 행위는 엄격히 분리해서 책임을 물어야 마땅합니다.
그동안 수많은 간호사가 태움으로 인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음에도, 병원 조직은 이를 '원래 다 겪는 통과의례'라며 방조해 온 게 사실입니다. 내부 고발자를 오히려 '조직에 적응 못 하는 낙오자'로 낙인찍는 병원 내 폐쇄적인 문화야말로 태움이라는 괴물을 키운 진짜 주범이 아니까 싶습니다.
"원래 다 그렇게 배우는 거야"라는 말은 교육이 아니라 폭력의 다른 이름일 뿐입니다.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병원 내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독립된 신고 기구가 반드시 설치되어야 합니다. 신고가 접수되었을 때 온정주의로 대충 덮으려 하지 말고, 태움이 확인되면 즉각 직무를 정지시키거나 해고하는 등의 강력한 '무관용 원칙'이 자리 잡아야 합니다.
또한, 이번 사태처럼 피해자가 불이익이 두려워 끙끙 앓을 때, 주변 동료나 환자 등 목격자가 안전하게 대리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도 더 보완될 필요가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선배가 후배를 여유 있게 교육할 수 있도록 전담 시스템을 제도화하고,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를 줄여 노동 강도 자체를 낮추는 근본적인 개혁이 함께 가야만 이 지독한 악습을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