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신경 쓴다는 사람 중에 "요즘 왜 이렇게 피곤하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분들이 꽤 있을 것이다. 나도 그중 하나다. 아침마다 종합비타민 챙겨 먹고, 저녁엔 운동까지 하는데 몸은 왜 맨날 무겁게 느껴지는지.
사실 이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WHO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걸 'Hidden Hunger(숨겨진 기아)'라고 불러왔고, 전 세계 약 20억 명이 이 상태에 놓여 있다고 경고해왔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불편한 역설이 있다. 이 문제의 핵심에 비만이 있다는 점이다. 칼로리는 넘치게 먹으니 살은 찌는데, 정작 몸이 필요로 하는 철분·아연·엽산·비타민C 같은 미량영양소는 텅 빈 상태. 뚱뚱하면서도 영양실조인 상태가 동시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비만이 곧 영양 과잉이라는 상식이 완전히 뒤집히는 순간이다. 성인 절반 이상이 이 필수 영양소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통계가 괜히 충격적으로 느껴지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영양제를 챙겨 먹는데 왜 결핍이 올까? 핵심은 칼로리를 실제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 그 과정에서 비타민과 미네랄이 제대로 작동해야 하는데, 이게 빠지면 아무리 많이 먹어도 세포가 에너지를 못 만들어낸다. 식단 자체가 불균형하거나 흡수를 방해하는 습관이 있으면, 영양제도 반쪽짜리가 된다.
더 무서운 건 이게 피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량영양소 결핍이 장기화되면 만성 염증으로 이어지고, 만성 염증은 암세포가 자라기 좋은 토양이 된다. 뚜렷한 통증 없이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그렇다면 답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멀리 갈 것도 없이, 이미 세계 곳곳의 장수촌들이 수백 년째 그 답을 살아내고 있다. 히말라야 훈자 지방 사람들은 밀·보리·메밀을 도정하지 않고 통째로 거칠게 갈아 짜파티를 만들어 먹는다. 가공 한 번 안 거친, 재료 그 자체다. 남미 빌카밤바의 노인들은 텃밭에서 바로 수확한 것을 그날 먹는다. 밥상은 초라해 보여도, 농약 없이 자란 청정한 식재료가 가득하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콩·채소·과일·해조류를 하루 400g씩 챙겨 먹으면서 100세가 넘어도 암, 심장질환, 당뇨가 거의 없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 가공하지 않은 신선한 음식을 다양하게 먹는다는 것이다.
결국 메시지는 단순하다. '많이 먹는 것'과 '잘 먹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비싼 영양제보다 오늘 밥상 위의 채소 한 가지가 더 강력할 수 있다. 지금 느끼는 그 만성 피로, 그냥 넘기지 말자. 몸은 이미 오래전부터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이종원 교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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