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강의를 들으러 갔다가 중간에 상조회사 관계자분이 상품 설명하시는 걸 들었는데 혹하게 되더라고요. 복잡한 장례 절차도 그렇고 장례 비용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요. 뿐만 아니라, 지금 당장 장례를 치러야 한다고 가정했을 때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제대로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장례식장을 알아보고 장례절차에 필요한 계약을 하고 손님 접대를 하고 비용을 정산해야 합니다. 이런 현실을 생각하면 최근 확산되는 조용한 추모 문화가 오히려 반갑게 다가옵니다. 그 귀한 시간을 너무 형식에 사로잡혀 살았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접객이 아닌 오롯한 애도로
장례식장에 가보면 상주는 조문객들에게 인사하고 안내하느라 바쁩니다. 그마저도 경황이 없어 나중에 방명록을 보며 ‘아, 이분도 다녀가셨구나’ 깨닫고 늦게나마 감사연락을 드리기도 하죠. 정작 고인과 제대로 작별 인사할 시간도 여유도 거의 없습니다. 1일장이나 가족장은 그런 소모적인 과정을 걷어내고 가장 슬픈 사람들이 가장 먼저 위로받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불필요한 갈등과 감정 소모 방지
경황없는 와중에 오랜만에 모인 친척들 사이에서 예법을 따지다 목소리가 커지거나, 의사결정 문제로 얼굴을 붉히는 일도 사실 비일비재합니다. 절차를 간소화한다는 건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걸 넘어, 몸과 마음이 지친 유가족 사이의 불필요한 갈등 소지를 미리 차단하는 지혜이기도 합니다.
-남겨진 이들의 삶을 지키는 배려
장례식장에서 바가지를 쓰는 이유를 아시나요? 가뜩이나 경황없는 유가족들이 고인의 마지막 가시는 길인데 좋게 해서 보내드려야 하지 않겠냐는 말에 기왕이면 좋은 것, 비싼 것을 선택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물가상승률을 따져보며 상조 상품을 고민하게 되는 것도 결국은 다 장례 비용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합니다. 남겨진 사람들은 또 남은 삶을 살아가야 하는데 장례 비용은 어쨌거나 갑작스러운 큰 지출이니까요.
고인을 기리는 마음이 화려한 장식이나 긴 절차에 비례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경제적·심리적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담백하게 마무리하는 것이야말로 고인이 바라는 진정한 작별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조용한 추모는 장례의 본질을 '형식적 행사'에서 '마음의 정리'로 옮겨오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시끌벅적하고 화려한 빈소가 아니라도 고인에 대한 기억으로 꽉 찬 마음만 있다면 그게 가장 품격 있는 장례 아닐까요?
형식을 걷어내고 나면 비로소 고인의 생전 모습과 마지막 인사가 더 선명하게 보일 테니, 이런 변화는 참 다행스러운 흐름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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