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spt.co.kr/news/cmjmk1wa8005n6vh1ddh77bq8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OECD 1위라는 사실은 이제 놀랍지도 않은 지극히 익숙하고도 비극적인 지표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39.7%라는 수치는 단순히 통계상의 기록을 넘어, 우리 곁을 지나가는 어르신 열 명 중 네 명이 오늘 하루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절한 현실을 대변합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숫자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무감각함입니다. 국가가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고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자부하는 동안, 그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던 세대들은 정작 그 풍요의 혜택에서 철저히 소외된 채 ‘생존’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과제 앞에 홀로 남겨져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가 단순히 예산의 부족이나 제도적 미비 때문만이 아니라, 노인이라는 존재를 사회적 자산이 아닌 ‘치워야 할 짐’이나 ‘효율성 없는 계층’으로 바라보는 우리 인식의 비정함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사에서 언급된 초단시간 근로자의 69%가 고령층이라는 점은 우리 사회의 노동 구조가 얼마나 기만적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폐지를 줍거나 몇 시간짜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노인들의 노동은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는 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는 생색을 내지만, 실제로는 빈곤을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노인의 노동이 ‘소일거리’가 아니라 ‘치열한 생존 투쟁’임을 직시해야 합니다. 젊은 세대가 생산성이라는 잣대로 노인들을 평가절하하고 소외시키는 순간, 노인 빈곤은 해결 불가능한 구조적 폭력으로 고착화됩니다. 이제는 노인들도 당당히 자신의 노동 가치를 인정받고, 사회 시스템 안에서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절실합니다.
또한, 75세 이상 후기 노인들이 겪는 만성질환과 치매의 공포는 경제적 빈곤과 결합하여 한 인간의 존엄성을 밑바닥까지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가지 못하고, 돌봐줄 사람이 없어 고립된 채 마감하는 생은 그 개인의 잘못이 아닙니다. 자식들이 부모를 모시는 ‘효’의 문화가 이미 해체된 시대에, 여전히 노인 돌봄을 가정의 책임으로 떠넘기려는 태도는 비겁합니다. 이제 노인 부양은 사적인 영역이 아니라 공적인 영역이며, 우리가 내는 세금이 그분들의 마지막을 지탱하는 가장 가치 있는 투자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노인 복지를 ‘시혜적 배려’가 아닌 ‘사회적 계약’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우리는 이 끔찍한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노인 빈곤 문제는 지금의 노인들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초저출생과 급격한 고령화를 겪고 있는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현재 노인들이 겪는 빈곤은 수십 년 후 자신들이 마주하게 될 확정된 미래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가 어르신들의 빈곤을 외면하고 그들을 사회의 변두리로 몰아넣는다면, 우리 또한 같은 비극의 주인공이 될 뿐입니다. ‘나도 언젠가 노인이 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가슴 깊이 새기고, 세대 간의 갈등을 넘어 공동체 의식을 회복해야 합니다. 노인이 가난 때문에 스스로 생을 포기하거나 비참한 말로를 맞이하지 않는 나라,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선진국의 모습입니다. 이제는 형식적인 정책 몇 개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의 생애 마지막 구간이 비참함이 아닌 평온함으로 채워질 수 있도록 사회 전체의 시각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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