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spt.co.kr/news/cmjmk1wa8005n6vh1ddh77bq8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이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라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집니다. 통계는 단순히 숫자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수많은 개인의 삶을 들여다보면 이것이 과연 우리가 그토록 자부심을 가졌던 ‘선진국 대한민국’의 민낯인가 싶어 참담한 심정이 듭니다. 현재 66세 이상 노인 빈곤율이 40%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어르신 열 명 중 네 명이 기본적인 생활조차 위협받는 극심한 경제적 고통 속에 있다는 뜻입니다. 한강의 기적을 일구고 지금의 풍요를 자식 세대에게 물려준 주역들이 정작 본인들의 노후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저는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노년에 대한 비정한 인식’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성과와 생산성만을 최고의 가치로 치며 달려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생산 인구에서 벗어난 고령층을 사회의 일원이 아닌, 돌봐야 할 ‘비용’이나 ‘부담’으로만 치부하는 경향이 짙어졌습니다. 기사에서 언급된 것처럼 60세 이상 고령층이 초단시간 근로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열악한 노동 현장으로 내몰리는 것도, 결국 노인의 노동을 ‘정상적인 가치 창출’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편견이 투영된 결과입니다. 단순히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분들이 인간다운 존엄을 지키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인데도 말입니다.
또한, 노인 빈곤을 단순히 ‘개인의 준비 부족’으로 치부해버리는 냉소적인 시각 역시 반드시 변해야 합니다. 지금의 노인 세대는 부모를 봉양하고 자식을 뒷바라지하느라 정작 자신들의 노후를 저축할 여유가 없었던 분들입니다.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이들에게 이제 와서 "왜 노후 대비를 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것은 너무나도 잔인한 문법입니다. 이제 노인 빈곤 문제는 효도라는 개인적 가치관에 맡길 단계를 넘어섰습니다. 국가와 사회가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모두가 ‘노인은 미래의 나의 모습’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75세 이상 후기 노인들이 만성질환과 치매의 공포 속에 홀로 방치되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공동체 의식이 얼마나 무너져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경제적 빈곤이 건강의 빈곤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고립과 고독사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의 대전환이 절실합니다. 노년기를 삶의 쇠퇴기가 아니라, 사회적 경험과 지혜를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완숙의 시기’로 바라보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노인 복지를 위해 지불하는 세금을 아까운 지출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존엄한 노후를 위한 ‘공동의 보험’으로 인식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필요합니다.
2026년 현재, 우리는 유례없는 속도로 고령사회에 진입해 있습니다. 지금의 시스템과 인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 역시 머지않은 미래에 저 통계 속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노인이 가난하고 아픈 나라에 미래는 없습니다. 이제는 형식을 갖춘 지원책 몇 개를 내놓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이 태어나서 마지막 순간까지 최소한의 품격을 유지하며 삶을 마감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의 시각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할 때입니다. 비참한 노후가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 구조적 폭력이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이 서늘한 경고에 응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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