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말을 들으면, 솔직히 막연한 해방감보다 먼저 ‘혼란’이 떠오릅니다. 지금도 입시 제도에서 문장 하나만 바뀌어도 학부모·학생·교사 모두 몇 년씩 영향을 받는데, 2040년 수능 폐지는 한 세대를 통째로 실험대에 올리는 결정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수능이 완벽한 시험이 아니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그 빈자리를 무엇으로 어떻게 채울지에 대한 그림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폐지부터 말하는 건 불안감을 키우는 방식처럼 느껴집니다.
한 번의 시험으로 인생이 갈리는 구조는 분명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그 대안이 ‘공정성 있는 다른 기준’으로 설계되지 않는다면, 수능을 없애는 순간 불평등은 다른 형태로 옮겨갈 가능성이 큽니다. 학생부, 비교과, 면접, 추천서 등 어떤 요소를 쓰더라도 결국 기준과 평가 주체의 신뢰 문제가 따라올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폐지부터 외치는 건 다음 세대에게 불확실성을 넘기는 선택처럼 보입니다.
학생·교사·대학·기업까지 모두 참여하는 장기적인 논의와 충분한 시뮬레이션 없이, 정치 일정에 맞춰 제도를 급하게 갈아엎는다면 결과는 뻔합니다. 몇 년 뒤 또다시 “그때 왜 그랬냐”는 말만 남을 가능성이 크죠. 그래서 수능 폐지 논의의 출발점은 시험 그 자체가 아니라, 아이들이 어떤 역량을 갖추고 어떤 방식으로 성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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