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술을 정말 많이 마신다는 이야기는 익숙한 상식처럼 들린다. 회식 문화, 폭탄주, 소주 한 병은 기본이라는 분위기 등 한국의 음주 문화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든다. 하지만 통계 자료를 살펴보니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출처: https://www.oecd.org/en/publications/health-at-a-glance-2023_7a7afb35-en/full-report/alcohol-consumption_b2eb135e.html)
2021년 기준 한국의 15세 이상 인구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은 순수 알코올로 환산했을 때 약 7.7~8.5리터로, OECD 평균인 8.8~8.9리터보다 오히려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2008년 9.5리터에서 2018년 8.5리터로 10년간 1리터가 줄어들며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한국인이 세계에서 가장 술을 많이 마신다는 통념은 사실과 다른 것이다.
이 통계에서 주목할 점은 '순수 알코올'을 기준으로 측정한다는 것이다. 맥주 4~5%, 포도주 11~16%, 독주 40%로 환산하여 계산하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술을 마시든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다. 한국인이 연간 8.3리터의 순수 알코올을 소비한다면, 이는 소주 360ml 20도짜리 약 115병, 맥주 500ml 5도짜리 약 332캔에 해당한다.
체코와 프랑스가 11.7리터로 가장 높고, 터키 1.3리터, 이스라엘 2.6리터가 가장 낮다는 점을 보면 한국은 중간 정도에 위치한다. 소비량 자체만 보면 한국이 특별히 과도한 음주 국가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 통계만으로 안심하기는 이르다. 한국의 음주 문제는 '얼마나 마시느냐'보다 '어떻게 마시느냐'에 있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전체 성인의 월간 폭음률이 39.0%에 달하며, 특히 남성은 52.7%로 절반 이상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폭음을 한다.
특히 20~30대의 고위험 음주율이 각각 63.5%와 66.3%로 다른 연령대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젊은 세대가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음주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미래의 사회적 비용이 클 수 있다는 신호다.
평균 소비량은 낮을 수 있지만, 한국 사회에는 '술자리 문화'가 여전히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회식, 접대, 친목 등 다양한 이유로 술을 마시는 상황이 많고, 한번 마실 때 과하게 마시는 경향이 있다. 일상적으로 조금씩 마시는 문화와 가끔 폭음하는 문화는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주류 라벨에 음주 운전과 임신부 음주 경고 그림을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단순히 소비량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음주의 위험성을 인식시키고 건전한 음주 문화를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자료를 통해 한국인의 음주량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폭음 문화, 젊은 세대의 고위험 음주, 음주로 인한 사회적 문제 등은 여전히 심각하다는 것도 확인했다. 통계는 하나의 지표일 뿐, 그 안에 담긴 문화와 패턴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술을 완전히 끊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건강하게 마시는 법'에 대해서는 사회 전체가 더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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