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합니다. 이웃에서 리크스가된사람들
'이웃'에서 '리스크'가 된 사람들
저는 이번 임차인 면접제 논란이 한국 사회에서 '이웃'이라는 개념이 완전히 소멸했음을 보여주는 서글픈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같은 건물이나 동네에 사는 사람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보았지만, 이제 우리는 타인을 나의 자산을 위협하거나 내 평온을 깰 수 있는 하나의 '리스크 요인'으로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면접을 보겠다는 발상은 상대를 인격체가 아닌, 검증해야 할 '데이터의 집합체'로 취급하는 비인간화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도생 사회가 낳은 '불안의 외주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현재 전세 사기, 깡통 전세, 월세 체납 등 주거와 관련된 온갖 범죄와 분쟁이 난무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국가가 이러한 갈등을 조정하고 피해를 보전해주는 시스템이 빈약하다 보니, 개인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어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대인이 세입자의 범죄 이력이나 신용도를 직접 확인하겠다는 것은, 국가의 치안과 사법 기능을 개인이 직접 수행하겠다는 '불안의 사유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간의 권력화와 '주거 검열'의 위험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사적인 공간입니다.
그런데 그 공간에 들어가기 위해 누군가에게 내 과거와 경제력, 심지어 가족 관계까지 심사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심각한 인격적 굴욕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대인이 면접관의 위치에 서는 순간, 임대차 관계는 평등한 계약 관계가 아니라 '시혜를 베푸는 자'와 '허락을 구하는 자'의 권력 관계로 변질됩니다. 이러한 검열 시스템이 정착되면, 사회적 소수자나 규범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삶을 사는 사람들은 주거지 선택에서 배제되는 '사회적 타살'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뢰의 비용이 시스템의 비용보다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 수억 원의 계약을 맺습니다. 원래 이 간극을 메워주는 것이 '사회적 자본'인 신뢰입니다. 하지만 그 신뢰가 무너진 자리에는 차가운 서류와 감시가 들어서게 됩니다. 면접제는 결국 **'서로를 믿지 못하는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유무형의 비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임대인은 면접을 보느라 에너지를 쓰고, 임차인은 자신을 증명하느라 자존감을 깎아먹는 이 소모적인 과정이 우리 사회를 더욱 각박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적 감시(Panopticon)로의 이행을 예고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임대인들이 제시하는 '인턴 기간'이나 '거주 태도 확인'은 세입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겠다는 통제 욕구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집 안에서의 사생활마저도 임대인의 평가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현대판 '파놉티콘(원형 감옥)'과 다를 바 없는 주거 환경을 조성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시가 아닌 '안전망'의 회복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직접 심사하는 방식이 아니라, 갈등이 발생했을 때의 리스크를 사회적으로 분산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적 중재 기구의 강화: 분쟁이 생겼을 때 명도 소송에 1년씩 걸리는 현실을 방치하고 '면접'을 비난만 해서는 안 됩니다. 주택임대차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여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해주는 시스템이 먼저 정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주택 공급의 확대: 민간 임대인에게 모든 주거 리스크를 떠넘기기보다, 국가가 관리하는 공공 임대 주택을 대폭 늘려 주거의 공공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그래야 민간 시장에서도 '면접'과 같은 무리한 요구가 힘을 잃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 기반의 간접 인증: 개인이 범죄 이력을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 공공 기관이 '계약 적합성' 여부만 간접적으로 확인해주는 식의 정보 보호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차인 면접제 논란은 우리 사회가 **'타자를 향한 공포'**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재산을 지키고 싶은 마음은 정당하지만, 그 방법이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우리 사회의 신뢰를 완전히 파괴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면접관과 수험생으로 만나는 임대인-임차인이 아니라,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는 상생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국가와 사회가 그 안전판을 만들어주지 못할 때, 우리는 계속해서 서로를 감시하고 의심하는 차가운 도시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