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인접 건물 두 곳에서 7분 새 잇따라 불이 나 19명이 다치고 수십명이 긴급 대피했다. 경찰은 연쇄 방화를 저지르고 도주한 것으로 추정되는 70대 남성 용의자를 4시간 만에 붙잡아 수사 중이다.
20일 소방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54분께 강남구 역삼동 지하 2층·지상 7층 규모의 신명빌딩 3층에서 불이 났다. 이어 7분 뒤인 낮 12시1분께, 직선거리로 약 200m 떨어진 지하 2층·지상 10층 규모의 한양빌딩 4층에서도 불길이 치솟았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 두 곳은 모두 특허법인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곳이다.
경찰은 두 건물에서 잇따른 화재가 방화로 인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오후 4시16분께 방화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 용의자 ㄱ씨를 서울 종로구 동묘역 인근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화재 발생 약 4시간20분 만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이어서 자세한 사항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불길이 삽시간에 번지면서 건물 내부에서는 급박한 탈출과 구조 작업이 이어졌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직후 소방인력 등 225명과 장비 56대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한양빌딩에 있던 한 근무자는 “처음에는 단순 연기인 줄 알았는데 탕비실 쪽에서 배터리가 폭발하듯이 불길이 삽시간에 번졌다”며 “대피하려고 하는데 2초도 안 돼 검은 연기가 뒤덮어 앞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불길이 너무 세서 구석 방으로 피신한 뒤 창문을 깨고 탈출했다”며 “탈출 후에도 내부에서 외침이 계속 들렸고, 갇혀 있던 사람들은 창문을 깨고 하나씩 구조됐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건물 난간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가 소방 사다리로 목숨을 구한 이들도 있었다. 인근에서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주방 뒤편 문 쪽에서 ‘사람 살려’라는 비명이 들려 가보니 건물 3층 계단 난간에 두 명이 매달려 있었다”며 “급히 소방대원에게 사다리차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사람이 매달려 있는 걸 보고 너무 놀라 아직도 진정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한양빌딩에서 난 불은 낮 12시35분께 완진됐으며, 신명빌딩은 오후 2시20분께 불을 완전히 껐다. 김현석 소방행정과장은 “최종 인명 수색을 마쳤으며 고립된 인원은 없었다”고 밝혔다.
연쇄 화재로 두 건물에서 중상자 5명을 포함해 총 19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신명빌딩에서는 중상 2명, 경상 9명 등 11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고 60여명이 자력으로 대피했다.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30대 여성은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진 뒤 자가 호흡을 회복했다. 다른 중상자 1명은 심한 얼굴 화상을 입어 화상 전문 병원으로 이송됐다. 한양빌딩에서도 중상자 3명을 포함해 8명이 연기 흡입 등으로 다쳤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서유리 기자 glass@hani.co.kr 이연주 기자 bg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