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할 사람 있다' 판단에 들어간 선착대…부천 화재 김진석 소방위 끝내 순직

16일 오전 8시 43분, 신고 5분 만에 경기 부천시 오정구 내동의 금속사출인쇄·도장 공장에 도착한 부천소방서 오정119안전센터 선착대는 불이 난 3층으로 곧장 올라갔다. 건물 안에 구조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고 봤다. 진입 뒤 불길이 급격히 커졌고 검은 연기가 3층을 뒤덮었다. 안쪽에서 2인 1조로 움직이던 40대 소방관 2명이 빠져나오지 못했다. 구조된 두 사람 가운데 김진석 소방위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고, 17일 오전 0시55분 끝내 숨졌다.

불이 난 공장 안에서는 인화성 물질로 추정되는 용기 180여통이 나왔다. 이 공장은 위험물 취급 허가를 받은 이력이 없다.

▲16일 경기 부천시 오정구 내동 도장공장 화재 현장 (부천소방서)
▲16일 경기 부천시 오정구 내동 도장공장 화재 현장 (부천소방서)

17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는 대변인 서면브리핑을 내고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장례를 경기도청장(葬)으로 치른다고 밝혔다. 빈소는 순천향대 부천병원 장례식장 3호실에 마련됐고, 장례는 17일부터 시작돼 19일 영결식이 엄수된다. 소방청은 세종시 세종중앙공원 도시축제마당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이날 오후 2시부터 영결식 때까지 운영한다. 순직 소방공무원을 기리는 '제3회 119메모리얼데이 추모문화제'가 같은 날 열리는 곳이다.

이번 화재 사상자는 8명이다. 함께 고립됐던 40대 소방관 1명은 중상을 입었지만 병원에서 의식을 되찾았다. 소방관 4명은 열 탈진 등으로, 공장 관계자 2명은 화상과 연기 흡입으로 치료를 받았다.

△출입구 쪽 2명만 빠져나왔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대원들은 건물 안에 구조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고 보고 진입했다가 급격히 번진 불길에 미처 대피하지 못했다. 출입구 쪽에 있던 대원 2명은 빠져나왔지만, 안쪽에서 활동하던 2명은 연기 속에 고립됐다. 두 사람은 약 5m 떨어진 지점에서 각각 구조됐다. 방화복과 공기호흡기 등 개인 장구는 모두 착용한 상태였다.

▲16일 경기 부천시 오정구 공장 화재 현장에서 진화를 마친 소방대원들이 공기호흡기와 방화복 등 장비를 내려놓은 채 현장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경기 부천시 오정구 공장 화재 현장에서 진화를 마친 소방대원들이 공기호흡기와 방화복 등 장비를 내려놓은 채 현장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현장 방문 뒤 페이스북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현장 작업자들을 먼저 대피시킨 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소방관들이 유독가스 흡입과 급격한 화재 확산으로 미처 대피하지 못한 것"이라며 "대피를 돕던 소방관마저 끝까지 나오지 못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다시 화마 속으로 뛰어들었다"고 적었다. 대원들이 고립된 순서와 정확한 경위는 조사 대상이다.

△100통에서 180여 통…성분과 수량이 위법 가른다

현장에서 확인된 용기 수는 조사가 진행되면서 늘었다. 소방당국은 16일 오후 제4류 위험물인 제2석유류가 담긴 20L짜리 통 약 100개, 약 2000L를 잠정 확인했다. 같은 날 밤에는 제2석유류 등 인화성 물질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용기 180여 통을 발견했다. 소방당국은 확보한 인화물질을 국립소방연구원에 보내 정확한 성분을 분석한 뒤 위험물 허가 대상인지 확인할 계획이다.

위험물안전관리법은 지정수량 이상의 위험물을 허가받은 제조소·저장소·취급소가 아닌 곳에서 저장하거나 취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석유류의 지정수량은 비수용성 1000L, 수용성 2000L다. 잠정 집계대로 제2석유류 2000L가 실제로 보관돼 있었다면 수용성 여부와 관계없이 지정수량 이상이 된다.

다만 용기별 잔량과 성분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도료류는 가연성 액체 함량 등에 따라 위험물에서 빠질 수도 있다. 위법 여부는 성분 분석과 보관량 조사가 끝난 뒤에야 가려진다. 공장 측 입장은 확인되지 않았다.

△’아파트식 공장'…스프링클러 없고 자체 점검은 '이상 없음'

불이 난 건물은 층마다 다른 업체가 입주한 이른바 '아파트식 공장'이다. 건물 전체 건축면적이 362㎡여서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기준에 미치지 못했고, 자동화재탐지설비만 설치돼 있었다. 이 공장에서는 2021년 1월에도 불이 난 적이 있다.

건물 관리업체는 최근 3년간 자체 소방점검을 한 뒤 '이상 없음' 보고서를 관할 소방서에 제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자체점검은 건물 관계인이 소방시설의 작동 상태를 스스로 확인하는 절차다. 위험물 허가를 받지 않은 사업장은 위험물 관련 소방점검 대상에도 오르지 않는다.

합동감식 착수…19일 경기도청장 영결식

경찰과 소방당국 등은 17일 오전 9시30분부터 현장 합동감식을 벌인다.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3층 시너 세척기 주변을 정밀 조사하고, 대원 2명이 대피하지 못할 만큼 불길과 연기가 빠르게 번진 원인을 규명한다.

장례철자와 관련해 경기도는 "고인의 고귀한 헌신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추 지사는 고인의 마지막 길에 한 치의 소홀함도 없도록 경기도가 온 정성을 다해 예우할 것을 당부했다. 경기도청장은 2021년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로 순직한 김동식 구조대장과 2022년 평택 냉동창고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 3명의 영결식 때도 치러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제주에서 열린 제107회 전국체육대회 개회식 기념사에 앞서 부천 화재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국가공동체가 평화롭고 안전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불가피하지만 그분들에 대한 우리의 예우나 보상이 그리 충분하지 못한 것도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이라며 "그분들에게 천금을 준들 아깝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추 지사는 16일 현장에서 위험물질을 허가 없이 다루는 업소를 사전에 단속하도록 즉각 조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소방재정 빨대' 발언을 둘러싼 소방노조의 사과 요구는 순직 소식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한편, 경찰과 소방당국은 감식과 성분 분석 결과를 토대로 발화 원인과 위험물 보관의 적법성, 선착대 2명이 고립된 경위를 가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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