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시위, 정치세력에 악용"…시위 학생들 "문제는 사회불평등"
17일 또 대규모 시위…노란조끼 이끈 활동가 "텅 빈 냉장고에 정당 없어, 동참하라"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프랑스에서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한달 가까이 벌어지고 있는 학생시위가 '극좌 정치세력에 이용당한다'는 정부 등의 비판에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학생들의 불만에 '정당한' 부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들이 "정치세력에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정부 대변인이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 역시 같은 날 극좌 성향 대선주자 장뤼크 멜랑숑 대표가 이끄는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를 가리켜 "LFI 당원들이 선거상 이점을 노리고 고등학생 운동을 도구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르코르뉘 총리는 LFI 측이 시위를 부추기고 나서 '우린 폭력을 규탄한다'는 식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런 위선이 프랑스에 해를 끼친다"고 비판했다.
멜랑숑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내년 대선 결선에서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과 맞붙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BBC 방송은 시위 현장의 학생들 사이에서 "멜랑숑을 대통령으로!"라는 외침이 실제로 쉽게 들려온다고 16일 전했다. 학생들이 이념적으로 특정 세력에 이용당한다고 보기에는 정치적, 정책적 공감대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시위자들에 따르면 지지자들은 멜랑숑 대표가 부유세를 부과하고 16세로 투표 연령을 낮추기를 원한다는 점, 대선 주자로는 유일하게 현장에 나타나 학교 상태를 살펴보려 했다는 점을 좋게 평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많은 학생의 분노가 '사회 불평등' 전반을 향해 있다.
파리 한 학교의 17세 여학생 세 명은 교실 벽에 구멍이 나고 교사가 태부족한 학교 현장은 물론이고, '부자에게만 이로운 국가'에도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들은 "프랑스는 평등 타령을 하지만, 실제로는 가난한 사람들은 차별당하고 부자만 혜택받는다"고 토로했다.
또한 많은 성인이 학생들의 뜻에 동조해 거리로 나서고 있다.
그웬(37) 씨는 다른 학부모와 함께 순번을 정해 아침마다 학교 앞으로 나온다면서 "아들이 수업을 몇주간 못 들었지만 괜찮다. 시민의 의무를 깨닫고 사회 정의를 위해 싸우는 게 훨씬 좋은 교육"이라고 BBC에 말했다.
이에 2018년 시작돼 수개월간 이어진 '노란 조끼'처럼 좌우 이념을 넘어선 서민층 전반의 운동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은 이어지고 있다.
토요일인 오는 17일 프랑스 전역에서 수백 건의 시위가 예고돼 있다. 학생들은 여기에 노동자 조합 및 '노란 조끼' 운동의 주요 인사들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한 고등학교 학생회 회장 리야드 라니는 르몽드에 "우리는 포기하지도, 타협하지도 않는다"라며 "노란 조끼 운동에서 토요일에 대규모로 합류해 투쟁에 활기를 넣어주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노란 조끼 운동의 지도자급 인사인 제롬 로드리게스는 지난 13일 파리 행진에 참여한 데 이어 17일 시위에도 동참하라고 독려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에서 "(이번 시위는) 품위 있게 살며, 한푼 한푼 아끼지 않아도 되며, '먹을 것이냐 운전할 것이냐'를 놓고 택일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줘야 한다"며 "분노에는 정당이 없고, 텅 빈 냉장고에는 정당이 없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BBC는 좌우 어느 쪽에서 새 대통령이 나오든 막대한 부채와 재정적자 문제를 안고 있는 프랑스 재정 불안을 타개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르펜의 경우엔 유럽연합(EU) 분담금을 낮추는 등의 방식으로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에서 차기 정부는 유럽 대부분 국가와 마찬가지로 정치 불신에 빠진 국민의 신뢰를 되돌려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경제학자 앤로르 들라트는 "현 체제론 대통령에 권력이 집중되고 의회는 대통령을 견제하는 역할에 그친다"며 의회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는 헌법적 변화가 없다면 대통령이 누구로 바뀌든지 난국을 타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연합의 안카트린 루아지에 상원의원은 "언론에 그려지는 이미지와 달리 프랑스가 망가진 건 아니다.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고 지방 정부가 사람들과 직접 머리를 맞대면 유권자들이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느낄 것"이라며 "이렇게 유권자, 그리고 학생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