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미온적 대응에…정부, 결국 주우크라이나대사 소환(종합2보)

北포로 비공개 합의·사과 놓고 갈등…대응 수위 높여 고강도 항의조치

석유제품 러시아 운송 논란도…과거 日 등에도 항의성 소환

외교부 청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민선희 기자 = 정부가 박기창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한국으로 소환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 사실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우크라이나에 공식 해명과 사과를 요구해왔으나 뚜렷한 태도 변화가 없자 외교적 대응 수위를 높였다.

외교부는 8일 박 대사의 본국 소환 결정을 발표하면서 "양국 간 제반 현안이 원만히 해결되기를 기대하며,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 측과의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하며 촉발된 양국 갈등이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 소환이라는 강도 높은 외교적 조치로 이어진 것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크라이나로부터 "사과의 말도 들어있는 메시지도 받았다"면서도 "저희가 생각하는 수준과는 좀 차이가 있어서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예고한 '단호한 조치'를 정부가 행동으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포로 송환을 비공개하기로 한 합의를 일방적으로 어겼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직접 소셜미디어에서 "많이 아쉽다"고 지적했고, 우크라이나 측이 비공개 합의를 부인하자 청와대는 홍보소통수석 입장문을 통해 "거짓 사실 발표"라고 반박했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도 지난달 28일 안드리 베쉬킨 주한우크라이나대사대리를 초치해 유감을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에도 우크라이나가 비공개 합의를 부인한 데 대해 "상대국 국가원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며 사실인정 및 공개 사과를 거부하면 추가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은 양국 간 갈등이 비공개 합의에 대한 해석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입장이다.

헤오르히 티히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양국이 공개적으로 비판을 주고받게 된 원인은 비밀유지 방식에 관한 합의의 해석 차이에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합의 과정이나 이송 방식 등이 아닌 북한군 포로를 한국으로 보낸 사실만을 공개한 것은 합의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조 장관이 언급한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도 "상황이 비판적 발언을 주고받는 단계까지 이르게 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것"이라고 답했다.

사과 여부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유감 표명'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한국 항구에서 러시아로 석유제품이 운송됐다는 외신 보도를 둘러싸고도 양국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가 한국이 러시아의 연료난 완화에 도움을 줬다는 취지로 주장하자 청와대는 지난 7일 "사실과 다르며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포로 송환을 둘러싼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외교 갈등이 대사 소환이라는 전면 대치 국면까지 가면서 앞으로 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외교부가 박 대사 소환을 발표하며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한 것은 외교적 해결 여지를 열어둔 것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상대국에 있는 자국 대사를 불러들이는 것은 외교채널 소통, 공개적 입장 발표, 상대국 대사 초치에 이어 대표적인 강력한 외교적 항의 수단으로 꼽힌다.

한국 정부도 과거 일본과 뉴질랜드 등과의 외교적 갈등 과정에서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인 전례가 있다.

2008년 7월에는 일본이 중학교 사회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데 항의해 권철현 당시 주일대사를 소환했다.

2001년 4월에는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로 최상룡 주일대사를, 1998년 1월에는 일본의 한일어업협정 일방 파기에 대응해 김태지 주일대사를 일시 귀국시켰다.

1995년에는 한국 외교문서를 위조한 대사관 직원의 난민 신청 문제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동익 주뉴질랜드대사를 소환한 사례도 있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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