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수렁’ 자영업, 고금리 직격탄…취약차주 ‘연체 늪’ 깊어진다

지난달 23일 서울 한 금융기관에 붙은 대출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금리 상승 흐름에 따라 국내 금융 부문의 약한 고리로 꼽히는 자영업 연체 문제가 더 커질 조짐이다. 경기 호조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대기업 위주로 나타나는 반면, 내수 분야는 경기 둔화가 지속되는 상황이어서 금리 상승은 자영업 영역을 압박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이미 높은데다 자영업의 현재 경기형편이나 향후 전망 모두 어두운 편이어서 연체율이 추가로 올라갈 전망이다.

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자료를 보면, 자영업자만 놓고 볼 때 ‘향후경기전망 소비자심리지수(CSI)’는 7월 87, 8월 83, 9월 82로 하반기 들어 석 달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향후경기전망 소비자심리지수(기준=100)는 조사 대상자들이 현재 상태와 비교해 6개월 후 경기를 어떻게 내다보는지를 나타내는 지수다. 물가를 압박할 정도로 성장세가 강하다는 경제 전반의 상황과는 대조적이며, 같은 기간 봉급생활자 심리지수(93, 91, 93)나, 전체 지수(92, 89, 90) 흐름과도 다른 모습이다. 자영업자와 봉급생활자의 경기전망 심리지수 격차는 점점 벌어져 9월에 11포인트에 이르렀다.

생활형편전망 심리지수에서도 자영업자와 봉급생활자의 격차가 크게 드러난다. 자영업자 지수는 6월(93)에 잠깐 올랐다가 전월과 같거나 하락하며 9월엔 91로 떨어졌다. 봉급생활자 지수는 올해 들어 4월(95)을 빼고는 모두 기준점 100을 웃돌고 9월에도 101을 기록했다. 내수 부문 중에서도 취약한 분야로 꼽히는 자영업은 침체에 빠져 있고 미래 전망도 비관적임을 보여준다.

임광규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자영업자 연체율이 일반 가계 연체율에 비해 높은 상황이고, 대출금리가 올라가면 (연체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금리는 국내외 모두 오름세를 타고 있으며 추가 상승을 점치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 금리의 중심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9월15일부터 심리적 저항선으로 불리던 5%대를 넘어 고공행진하며 국내외 금리 오름세를 주도하고 있다.

국내 시장금리는 이미 대폭 오르고 있는 추세였다. 한은 집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8월 기준 4.66%로 ‘레고랜드 사태’ 직후인 2022년 11월(4.74%) 이후 최고치였고,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6.33%로 2024년 1월(6.38%) 이후 가장 높았다. 한은이 7·8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한은도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태여서, 대출금리 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 집계 기준 취약(다중채무자·소득 하위 30%·신용점수 664점 이하) 자영업자 연체율은 6월 말 현재 12.71%에 이르렀다. 여기에 해당하는 자영업자는 41만1천명, 대출 규모는 119조2천원 수준이다.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은 2022년 2분기만 해도 4.93% 수준이었다가 그 뒤 오름세를 타기 시작해 2023년 4분기(10.07%)부터 두 자릿수대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누적된 대출 부담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수 침체 탓에 빚 상환 여력을 확보하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임광규 국장은 “취약 자영업자 빚(41만명, 119조원가량)이 4천조원에 이르는 전체 부채에 비해선 크지 않아 금융 시스템 불안 문제를 거론할 사안은 아니지만, 금융기관, 특히 비은행 금융기관의 자산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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