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남자배구가 아시안게임 8강에서 ‘디펜딩 챔피언’ 이란의 벽을 넘지 못하고 또 한 번 자존심을 구겼다.
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세계랭킹 35위)은 1일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8강 이란(19위)과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 점수 2-3(23:25/25:18/25:21/20:25/12:15)으로 졌다. 한국은 2일 인도와 순위 결정전을 치른다.
대회 전까지 분위기는 좋았다. 한국은 대회 직전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3위에 오르며 2027 국제배구연맹(FIVB) 남자배구 월드컵(전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땄다. 올해 열린 동아시아선수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2022 항저우 대회(2023년 개최) ‘노메달’ 참사의 아픔을 씻고 8년 만에 메달을 딸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자연스레 커졌다. 하지만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중국전부터 스텝이 꼬였다. 중국에 2-3으로 지며 2승1패, 조 2위로 8강에 올랐고, 결국 항저우 대회 우승팀 이란과 마주쳤다. 중국을 잡았더라면 8강에서 상대적으로 수월한 타이(52위)를 만날 수 있었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이란과의 대결은 예상대로 쉽지 않은 승부였지만, 한국은 풀세트까지 가는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한국은 이란의 강한 서브와 높은 블로킹에 막혀 1세트를 내줬지만, 2세트와 3세트를 내리 따내며 분위기를 바꿨다. ‘쌍포’ 허수봉과 임동혁의 공격이 불을 뿜었다.
하지만 경기 막판 이란의 반격이 더 거셌다. 이란은 4세트 들어 높이를 앞세워 한국의 공격을 무력화했다. 임성진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과부하가 걸린 한국은 5세트 들어 급격히 체력이 떨어졌고, 결국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허수봉이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2점을 올렸고, 임동혁이 18점으로 뒤를 이었다.
한편 한국 배구는 항저우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남녀 대표팀 모두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여자 대표팀은 지난달 22일 동메달 결정전에서 타이에 세트 점수 0-3으로 지며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