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기운 받으려" 관악산 오르고 특급호텔 찾고

'오행 명소' 찾아가는 청년들…액막이 명태·부적카드 구매도

'행운 의식'을 놀이처럼 접근…"반쯤은 재미 반쯤은 진심"

SNS 콘텐츠 따라 하는 경향…"일반화의 오류 경계해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판매되고 있는 '액막이 명태'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직장인 박모(27) 씨는 중요한 프레젠테이션(PT)이나 광고주 미팅을 앞둔 날이면 '기운을 받기 위해' 용산구에 위치한 A 호텔을 찾는다.

해당 호텔에 풍수지리상 좋은 기운이 모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작한 일종의 '행운 의식'으로, 최근 두 달 사이 네 차례나 찾았다.

박씨는 10일 "처음엔 내가 기운 받겠다고 호텔까지 오나 싶어 웃겼다"면서 "막상 가보면 조명이나 분위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고,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심리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맹신은 아니지만, 운을 기다리기보다 내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좋다"며 웃었다.

청년들이 '운을 모으러' 움직이고 있다.

부족한 오행을 채운다며 산을 오르고, 풍수지리상 기운이 좋다는 호텔 라운지를 찾으며, 행운 부적과 소품을 사고 있다.

권정윤 트렌드코리아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MZ세대는 사주나 미신을 맹신하기보다는 자신에게 긍정적인 선택지 중 하나로 활용하는 경향이 있고, 이러한 행동을 통해 심리적 위안을 얻는 측면이 크다"며 "SNS를 통해 '기운이 좋은 장소'나 '오행 보완' 콘텐츠가 확산하면서, 이러한 행동이 하나의 트렌드이자 가벼운 놀이·취미처럼 자리 잡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관악산 봉화바위
[연합뉴스 자료사진]

◇ "친구들과 산에 올라 각자 소원 빌었다"

대표적으로 뜨는 곳은 서울 관악산이다.

지난 1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한 역술가가 "관악산은 서울에서 정기가 가장 좋은 산"이라며 "연주대에서 같은 소원을 세 번 빌면 들어준다고 할 정도로 에너지가 좋은 곳"이라고 소개한 뒤 관악산은 '풍수지리 핫플'로 떠올랐다.

직장인 이모(31) 씨는 "지난달 이직을 준비하던 시기에 숏폼에서 '재물운, 성과운 챙기러 가는 관악산' 콘텐츠를 자주 봤다"며 "원래 등산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친구와 관악산에 올랐다"고 밝혔다.

그는 "정상에서 인증샷 찍는 사람들을 보면 저만 그런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들 진지하다기보다 반쯤은 재미로, 또 반쯤은 진심으로 온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대학생 김모(22) 씨도 "지난달 SNS에서 '관악산 다녀오면 기운이 바뀐다', '정기 좋은 산이라 누구나 효과 본다'는 영상을 보고 친구들과 함께 주말에 산에 올라갔다"며 "산에서 '올해 잘 되게 해달라'는 식으로 각자 소원을 빌었다"고 말했다.

이어 "또래들을 보면 완전히 믿는다기보다는 반은 재미고 반은 진심"이라며 "중요한 시험을 앞두면 한 번쯤 가보고 싶어지는 그런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호텔 라운지도 '오행 기운 핫플'이 됐다.

과거 일부 매체에 A 호텔이 지형과 오행의 조화를 고려한 장소로 소개된 내용이 지난해 말께 SNS에서 재소환된 결과로 보인다.

직장인 오모(33) 씨는 "대형 PT를 앞두고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A 호텔은 풍수지리상 기운이 좋다', '일운·승진운 챙기러 가는 곳'이라는 글을 자주 봤다"며 "평소엔 반신반의했지만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호텔 로비와 라운지에 한 시간가량 머물며 자료를 다시 읽고 마음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결과가 달라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 준비됐다는 느낌을 받는 게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에서는 호텔을 오행과 연결해 해석하는 게시물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스레드에 올라온 '서울 5성급 호텔 풍수지리 오행 분석'이라는 글은 "B 호텔은 목(木), C 호텔은 금(金), D 호텔은 토(土)의 기운을 가진다"라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A 호텔 라운지를 다녀온 뒤 다음 날부터 돈과 일이 들어왔다"는 후기가 달리기도 했다.

다이소에 진열된 행운 굿즈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지난 7일 다이소에서 판매되고 있는 행운 굿즈. 2026.4.10

◇ "부족한 기운 채워준다고 하면 더 끌린다"

행운을 비는 상품도 인기다.

취업준비생 정모(25) 씨는 "장기 취업 준비로 불안감이 커진 상태에서 '합격운 올리는 방 정리', '책상 풍수' 콘텐츠를 연달아 접했다"며 "사주를 본 뒤 목(木)과 토(土) 기운을 보완하면 안정감이 생긴다는 말을 듣고 관련 소품을 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책상 위치를 문이 보이는 방향으로 바꾸고, 미니 달항아리 오브제와 액막이 명태 등을 들였다.

정씨는 "예전엔 그냥 예쁜 소품이면 샀는데 요즘은 '부족한 기운을 채운다'는 설명이 붙으면 더 끌린다"며 "취준생은 통제할 수 없는 게 많다 보니 이런 행동을 하면 조금 덜 불안해진다"고 털어놨다.

프리랜서 디자이너 최모(29) 씨는 "SNS에서 '요즘은 다이소에서도 행운템을 산다'는 콘텐츠를 보고 가볍게 시작해봤다"며 "휴대폰 케이스 안쪽에 부적 카드를 넣고, 지갑과 회사 서랍에도 작은 행운 아이템을 넣어 다닌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엔 부적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는데 다이소에서 저렴하게 파니까 '재미로 하나 사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며 "완전히 믿는다기보다는 작은 물건 하나로 마음이 편해지는 정도"라고 밝혔다.

다이소는 지난 2월 '풍수 인테리어 기획전'을 열고 달항아리, 호리병, 부적 아이템 등 30여 종을 선보였다.

액막이 명태 키링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액막이 명태 키링. 2026.4.10

'좋은 기운이 있는 장소나 물건을 통해 운을 얻는다'는 믿음은 새로운 게 아니다.

사람들이 산이나 바위 등 자연물에 신령이 깃들어 있다고 믿고 찾아가 소원을 빌거나, 부산 해동용궁사 '득남불'처럼 특정 대상의 신체 일부를 만지며 기원을 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부를 기원하며 구인회 LG 창업주와 허만정 GS 창업주의 생가가 있는 경상남도 진주시 승산마을과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생가가 위치한 경상남도 의령군 정곡마을을 찾는 발걸음도 꾸준히 이어져왔다.

다만 과거에는 이러한 행위가 주로 절박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나 중장년층 중심으로 나타났다면, 오늘날 젊은 세대는 이를 좀더 가볍게 접근해 즐기는 모습이다. 또래 집단 사이에서 유행을 놓치지 않으려는 포모(FOMO·소외 공포감) 심리도 영향을 미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난해 10월 30일 '역사적인 깐부 회동'이 펼쳐진 자리도 MZ들에게 인기다. 당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술잔을 부딪혔던 삼성동 치킨집 '깐부치킨'은 '최신 부의 성지'로 떠올랐다. SNS에는 "회장님 자리에 앉아 사진도 찍으며 좋은 기운 받고 왔다"(인스타그램 이용자 'oo***') 등의 후기가 올라온다.

또 네잎클로버가 동서고금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홍대 등지에서는 코팅된 네잎클로버를 파는 '네잎클로버 노점'이 인기를 끌고 있다.

홍대입구역 인근 네잎클로버 노점
[촬영 김유진]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존의 사주나 운세가 수동적인 해석에 가까웠다면, '운을 모으는' 행동은 보다 적극적인 형태로 확장된 것"이라며 "이러한 행동은 '자기충족적 예언 효과'와도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행동하면 실제로 자신감과 자기 효능감이 높아지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하게 되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로, 심리적으로는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그러나 "특정 행동이 마치 절대적인 효과를 갖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어디까지나 참고 수준으로 활용하되, 객관적으로 판단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inj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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