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아이돌 출신'이란 설명 필요없는 '연기파 배우'
현재 방송 중인 ENA 월화드라마 ‘클라이맥스’(극본 이지원 신예슬, 연출 이지원)는 아이돌 출신이라는 수식어와 무관하게 현재의 나나를 가장 또렷하게 증명하는 작품이다. 드라마는 대한민국 권력의 최정점에 오르기 위해 카르텔 한복판으로 뛰어든 검사 방태섭(주지훈)의 생존전을 중심으로, 욕망과 배신, 사랑과 공모가 유기적으로 뒤엉킨 세계를 집요하게 그린다. 이 안에서 나나는 정계와 재계, 그리고 연예계를 넘나들며 정보를 다루는 정보원이자 단숨에 연예계의 신데렐라로 부상하는 황정원을 연기한다.
이 캐릭터를 관통하는 나나의 연기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절제와 폭발의 정밀한 교차’라 할 수 있다. 극 초반 황정원은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인물이다. 웨이트리스로 위장해 정보를 빼내고, 스턴트 배우가 돼 촬영장에 잠입한다. 일을 끝낸 뒤 돈을 받는 태도는 거침없고, 방태섭과 대화를 나눌 때는 오래된 인연이 스치듯 드러난다. 나나는 이 복잡한 결을 과장 없는 눈빛 하나로 정리하며 황정원이 단순한 정보원이 아니라 이야기의 변곡점을 쥔 인물임을 초반부터 예고한다.
애프터스쿨 활동 당시 중간 투입 멤버이자 ‘비주얼 멤버’라는 프레임에 갇혀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던 그는 어느새 유닛 활동을 이끌며 그 유닛의 중심에서 톡톡한 활약을 펼쳤다. 그러더니 영화 ‘패션왕’, 드라마 ‘굿 와이프’를 통해 본격적으로 연기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이후에도 영화 ‘꾼’ ‘자백’, 드라마 ‘글리치’ 등을 통해 꾸준히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해왔다. 특히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은 배우 나나의 존재를 완전히 뒤바꾼 작품이었다.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던 당시 받았던 우려와는 달리 캐릭터의 광기 분노 좌절을 표정과 눈빛만으로 끌어올린 압도적인 연기로 극의 2부를 평정했다는 평가를 이끌었다. 무엇보다 ‘웃는다’라는 단 한 줄의 지문에서 완성한 연기로 감독을 놀라게 했던 일화는 이 배우가 연기를 대하는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아이돌 출신’이라는 출발선은 이 배우를 설명하는 데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나나는 지금 권력의 먹이사슬 위에서 가장 서늘하게 빛나는 얼굴로 ‘클라이맥스’의 중심을 뒤흔들고 있다.
조이음(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