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의 진짜 위험은 대량 실업이 아닌 불평등의 심화다.”
고용노동부 주최로 6~7일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리는 ‘APEC 미래일자리 포럼’에서 ‘AI와 인구구조 변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표한 노세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소득 취약계층일수록 전환에 대한 불안감과 전환 비용이 더 크다며 평등한 전환을 거듭 강조했다.
인공지능이 빠른 속도로 사회 곳곳에 파고들면서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으로 인한 급격한 고용 감소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점진적인 구조 개편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라고 노 선임연구위원은 말했다. 노 선임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인공지능이 노동자를 대체하기보다 기존의 노동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면서도 “인공지능 노출도가 높은 직업군에서 22~25세 청년층의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어 인공지능이 노동을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짚었다. 이 점에서 기업이 인력 감축을 하는 것은 실제 성과에 기반하기 보다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막연한 가능성, 잠재력을 근거로 한 것에 가깝다. 즉 ‘기대에 기반한 고용조정’인 셈이다.
노 선임연구위원은 인공지능 도입은 생산성은 높여주지만, 노동자의 육체적 노동 강도, 정신적인 스트레스 측면에서는 그다지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도 짚었다. 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노동자의 34.6%가 “기존의 업무 과정이 표준화되면서 자신의 업무 재량권이 감소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노 선임연구위원은 오이시디의 논의를 끌어와 “인공지능을 도입할 때 생산성 향상에만 집중하고 노동 조건의 변화 등에 주목하지 않는다면 결국 노동자들이 인공지능을 불신하게 되어 도입이 지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공지능의 가장 큰 위험은 대규모 실업이 아닌 불평등 확대다. 실제 도입과 활용에서 집단 간 격차가 나타나고, 이로인해 기존의 불평등 구조는 심화되고 있다. 전문직, 남성, 30대는 인공지능 활용도가 높은 반면, 여성은 이중의 불리한 처지에 있다. 여성 중 사무직 종사자가 많으며, 사무직 일자리는 인공지능 노출이 다른 일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이처럼 인공지능 도입은 기존 노동시장의 격차를 더 확대·심화시키고 있다.
노 선임연구위원은 기존의 자동화와 인공지능 도입을 비교하면서 “기존의 자동화는 임금과 자산 모두에서 불평등을 확대하는 반면, 인공지능은 고소득자를 대체해 소득 불평등은 감소하지만, 자산 불평등은 오히려 더 확대되는 경향을 지닌다”고 말한다. 인공지능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은 결국 자본의 수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자산 격차가 더 커진다는 의미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저소득 취약계층일수록 전환에 대한 불안감과 전환 비용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화, 노동력 감소 등과 같은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할 때 인공지능은 선택이 아닌 불가피한 대응이다. 특정 집단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것이 아닌 평등한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환의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노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주도의 관리를 넘어 정부, 기업, 노동자가 참여하는 노사정 삼자 협력과 사회안전망 강화, 미래형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개별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며, APEC 차원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