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ㄱ씨는 2023년 12월, 9.7톤 꽃게잡이 배에서 유압호스를 롤러에 감는 일을 하다가 왼손 엄지손가락이 절단됐다. 그가 신청한 재해 보상은 일반적인 산업재해 보험이 아닌, 수산업협동조합의 어선원 재해보상 보험이었다. ‘선원 취업 비자’로 들어온 ㄱ씨의 노동 안전은 고용노동부가 아닌 해양수산부 관할이다.
ㄱ씨는 재해 보상을 받은 뒤, 사업주 ㄴ씨의 안전조치 미비 등을 문제 삼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면서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ㄴ씨가 소유한 배에서만 지난 10년간 60건 넘는 사고가 반복됐다. 하지만 사업주는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선원 노동자 가운데 이주노동자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이들의 안전관리가 노동부와 해수부로 나뉜 채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재해 정보는 기관에 따라 뿔뿔이 흩어져 있고, 그에 따라 사고가 반복돼도 이렇다 할 제재조차 이뤄지기 힘든 구조다.
6일 어선원 재해보상보험 보험급여 신청 내역을 보면, ㄱ씨가 사고를 겪은 배를 소유한 ㄴ씨가 소유한 어선 6척에서 지난 10년 동안 발생한 산재 사고는 60건이다. 통상 노동부가 ‘고위험 사업장’으로 지정해 집중 감독을 하거나 이주노동자 고용에 불이익을 주는 수준의 사고 횟수지만, ㄴ씨 쪽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배경에는 배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복잡한 관리 체계가 있다. 이들은 ‘비전문 취업’(E-9) 비자와 ‘선원 취업’(E-10) 비자로 국내에 들어오는데, 선원 취업 비자로 들어왔다면 안전관리는 오롯이 해수부에 맡겨진다. 노동부는 비전문 취업 비자로 들어온 노동자 안전에만 일부 관여한다.
‘배’라는 사업장이 아닌, 비자 종류에 따라 안전관리가 나뉘면서 감독과 제재에도 구멍이 생겼다. 가령 선원 취업 비자로 들어온 ㄱ씨 같은 이주노동자가 사고를 당해도, 노동부는 파악하지 않는다. 노동부가 지정하는 ‘고위험 사업장’ 판단에서 핵심인 사고 사실이 누락되는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비전문 취업 비자 노동자 산재 사고는 관리하고, 중대재해나 사망 사고 등에 대해서는 고용허가제 취소 조처 등을 한다”면서도 “(노동부는) 선원 취업 비자 노동자 담당은 아니라, 이들의 산재 관련 자료를 따로 받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어선안전조업법’이 지난해 개정돼 해수부가 선원 안전관리 전반을 맡게 됐지만 여력은 부족하다. 해수부 감독관 30여명이 전국의 배(5인 이상 고용)를 감독해야 한다. 해수부 쪽은 인력 부족으로 올해엔 사망·실종 사고가 많은 사업장을 우선 점검 중이다. 올해 우선 점검 대상인 배만 5천여척이다.
ㄱ씨를 대리하는 박다혜 변호사(법률사무소 고른)는 “배에서 신체가 절단되고 손상되는 산재가 수년간 반복됐지만, 정부 부처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아무 제재 없이 이주노동자들이 부품처럼 사업장에 계속 투입되고 있다”며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이주노동자 안전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