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세 차례나 외친 까닭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5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통일부-통일연구원 공동 학술회의 개회사를 통해 “북쪽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라는 구조적 변동의 도전을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패러다임을 바꿀 시점”이라며 “지금 이 순간 남측에게도 북측에게도, 대한민국에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도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한 책임 있는 결단, 용기 있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일부 제공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공개 행사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북한의 정식 국호를 세 차례나 입에 올렸다. 이재명 정부의 공식 용례가 ‘북한’인 사실에 비춰, 남북관계 주무부처 장관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언급은 이례적이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평화적 두 국가 관계’로 돌리려는 정책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정 장관은 25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통일부-통일연구원 공동 학술회의 개회사를 통해 “북쪽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라는 구조적 변동의 도전을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패러다임을 바꿀 시점”이라며 “지금 이 순간 남측에게도 북측에게도, 대한민국에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도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한 책임 있는 결단, 용기 있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우리 정부는 북측이 말하는 ‘주권적 권리와 안전이익, 발전권’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며 “그것이 남북관계이든 한국 조선 관계, 한조관계이든, 서로에게 이익이 되고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새로운 관계 설정을 통해 남과 북이 함께 공동이익을 창출해나가기를 강력히 희망한다”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이 언급한 “한조관계”는 한국-조선 관계의 줄임말로, 2023년 12월 김 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 노선 제기 이후 북쪽이 ‘통일 지향 특수관계’를 내포한 기존의 “북남관계”라는 표현 대신 ‘국가 관계’를 강조하려 쓰는 관계 규정이다.

정 장관이 공개 행사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북한의 정식 명칭에 더해 “한조관계”라는 표현까지 입에 올린 건 다분히 의도적이다. 이와 관련해 정 장관은 “솔직히 우리는 그동안 상대를 존중하기에 앞서 상대를 변화시키려 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서로를 ‘무시하고 배척하는 것’보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23일 최고인민회의 15기 1차 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하고 철저히 배척하고 무시”하겠다고 했다. 정 장관은 “배척·무시” 대신 “인정·존중”의 관계로 나아가자고 되받은 것이다. 정 장관이 개회사에서 인정·존중한다고 한 “주권적 권리와 안전이익, 발전권”도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강조한 북한의 권리다.

정 장관은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평화를 거절해본 적이 결코 없다”며 “적수들이 대결을 선택하든 평화적 공존을 선택하든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사실을 상기시키곤, “이재명 정부는 이미 평화적 공존을 선택했다”며 “한반도 평화공존 노선은 이재명 대통령의 철학과 신념을 100% 반영한 정책 노선”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평화는 그 무엇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평화적 공존 그 자체가 목표”라며 “그래야만 ‘신뢰할 수 있고 공존할 수 있는 이웃’이 만들어진다”고 밝혔다. 이어 “평화공존 그 자체를 정책의 중심에 두고 한반도 정책의 패러다임을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라며 “통일 포기가 아니라 평화의 제도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곤 “우리 정부의 평화공존 정책은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며 “북이 폄하한 ‘서투른 기만극’이나 ‘졸작’이 아님을 일관되게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이 공개 연설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입에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 장관은 지난 1월2일 통일부 시무식 신년사에서 “이재명 정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체제를 존중하며, 북측이 말하는 ‘도이췰란트식(독일식) 체제 통일’을 배제한다, 상호 간 어떠한 ‘공격적 적대행위’도 일체 거부한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평화공존 그 자체”라고 밝혔다.

이렇듯 정 장관이 공개 연설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한조 관계”를 입에 올린 건 상호 인정·존중하는 평화 공존으로 나아가자는 말걸기라고 할 수 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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