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의 '주관적 고의' 객관적 입증 한계…영장 작성부터 '첩첩산중'
수사력 입증 기회? "자백하지 않는 한 힘들어" 비관론도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 도입, 대법관 증원을 뼈대로 하는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이 공포된 12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6.3.12 ondol@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준태 기자 = 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법왜곡죄' 고발 사건을 맡은 경찰이 전인미답의 수사를 앞두고 깊은 딜레마에 빠졌다.
검찰 폐지 이후 주요 수사를 이끌 기관으로서 수사 능력을 입증할 절호의 기회로도 볼 수 있지만, 국내 최고 법관의 고도의 법리적 판단을 범죄로 입증해야 하는 수사 자체의 난도가 높기 때문이다. 수사 첫 관문인 압수수색 영장조차 법원의 문턱을 넘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도 내부에서 나온다.
15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최근 이병철 변호사가 조희대 대법원장 등을 상대로 낸 법왜곡죄 고발 사건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수사대에 배당할 방침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은 당초 경기 용인서부경찰서에 접수됐으나,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경찰의 특수부로 불리는 서울청 광수단으로 이첩하기로 했다.
이 변호사의 고발장에는 조 대법원장 등이 지난해 대선 직전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사건을 심리하며 형사소송법상 '서면주의 원칙'을 의도적으로 어겼다는 주장이 담겼다.
7만여쪽에 달하는 종이 소송기록을 꼼꼼히 검토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사건 배당 당일인 지난해 4월 22일 곧바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단 이틀 만에 심리를 종결해 유죄 취지의 선고를 내린 것이 법 왜곡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새로 도입된 형법 제123조의2(법왜곡죄)는 법관이나 검사 등이 타인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적용돼야 할 법령을 알면서도 적용하지 않아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때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수사의 성패는 조 대법원장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법을 왜곡했는지, 즉 '주관적 고의'를 규명해 내는 데 달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을 두고 경찰 수사관이 법리 적용의 적절성을 따지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데다, 법관의 내심을 범죄로 규명하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말이 나온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수사관은 "법관의 주관적인 판단 문제를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할 수 있겠느냐"며 "증거라도 한두 개 있든지, '자백'을 하지 않는 이상은 수사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증거 확보를 위한 강제수사 역시 거대한 장벽이다.
당시 전원합의체 회부 과정이나 각 대법관의 법리 검토 내역을 알려면 대법관·재판연구관들의 통신 내역과 내부 보고자료 등 물증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영장 발부를 결정하는 법원이 순순히 내줄지는 미지수다.
사법부 독립 훼손을 이유로 법왜곡죄 도입 자체에 대한 법관들의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현직 대법원장을 겨냥한 경찰의 강제수사 시도에 법원이 방어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12∼13일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도 법원장들은 법왜곡죄로 사법기능이 위축되지 않도록 형사법관에 대한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고 뜻을 모았다.
경찰은 향후 사건 기록을 넘겨받아 면밀히 검토한 뒤 구체적인 수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고위공직자 범죄에 우선적 관할권을 가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첩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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