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지속시 석유시설도 타격…최고지도자에 현상금 150억원
이란, '적 취약점 때리겠다' 호르무즈 봉쇄·주변국 공습 되풀이
트럼프 장기전 시사…석유 인프라 붕괴 공포에 유가 100달러선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이란 전쟁이 2주째 격화하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를 난타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기 위한 미국의 군사적 압박과 물러서지 않는 이란의 맞불 공세가 정면 충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롭고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라며 이란의 경제적 핵심으로 간주되는 하르그 섬 일부를 폭격했다. 미국은 이와 함께 중동에 병력을 증파하는 등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을 호위하기 위한 준비에도 박차를 가했다.
이란은 이에 굴하지 않고 항전 의지를 계속 밝혔다.
적의 취약점을 찾아 공세를 집중하라는 새 최고지도자의 명령 아래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봉쇄 전략을 지속하며 중동 내 미군 기지, 이스라엘 본토를 겨냥한 광범위한 공격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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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하르그섬 정밀 타격·해병 증파…호르무즈 호위 임박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군이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 섬을 공격해 군사시설들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 지시에 따라 미군 중부사령부가 중동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폭격 중 하나를 감행했다"면서도 "품위를 이유로 석유 인프라는 파괴하지 않기로 했다"고 적었다.
하르그 섬은 하루 최대 700만 배럴의 원유를 운송할 수 있는 이란 원유 수출의 심장부로, 이번 폭격은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을 재개하기 위한 군사적 압박 조치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의 자유롭고 안전한 통과를 방해한다면 (석유 인프라를 파괴하지 않기로 한) 이 결정을 즉시 재고할 것"이라며 사실상 이란의 숨통을 조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파상공세를 예고하며 대규모 병력 증파에도 나섰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일본에 배치돼 있던 강습상륙함 트리폴리함과 제31해병원정대 소속 약 2천500명의 병력이 중동으로 이동 중이다.
지상 작전까지 가능한 이 병력은 현지 미군 5만 명과 합류해 호르무즈 해협 일대의 이란 지상 대함 미사일 제거 등을 수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한미군의 방공 포탄 등의 중동 차출도 이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해군의 유조선 호위에 대한 이날 취재진 질문에 "매우 일찍 이뤄질 것"이라고 답변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이달 말에는 이란이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미 해군이 호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유가 상승 저지를 위해 미국 내 항구 간 운송은 미국 선박만 하도록 한 '존스법'의 한시적 유예를 시사했으며, 미 재무부는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 제품 판매를 승인하며 시장의 충격 완화에 나섰다.
이란의 체제전복을 위한 작전도 다른 한편에서 계속됐다.
미국 정부는 은신처에서 이란의 전쟁을 지휘하고 있는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주요 지도부에 최대 1천만 달러(약 150억 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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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약점 때릴 '제2 전선' 경고…호르무즈·미군기지 전방위 타격
미국의 거센 압박에도 이란은 물러서지 않고 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첫 공식 성명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봉쇄 지속과 적의 약점을 노릴 '제2의 전선' 형성을 강조했다.
새 지도자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호르무즈 해협과 인근 해역에서는 상선 피격이 잇따랐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걸프만 북부 이라크 해안에서 유조선 2척이, 아랍에미리트(UAE) 해안에서 컨테이너선 1척이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피격돼 화재가 발생했다.
특히 피격 선박 중 미국 소유 1척은 IRGC가 직접 공격 주체임을 자처했다. NYT는 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최소 16척의 선박이 걸프만에서 공격받았다고 집계했다.
미군 및 동맹국을 향한 타격도 확대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에서는 이란의 잇따른 미사일 공격으로 미 공군의 공중급유기 5대가 파손돼 수리 중이다. 개전 후 파괴되거나 파손된 미군 공중급유기는 최소 7대에 달한다.
이라크 쿠르디스탄 자치구에서는 훈련 중이던 프랑스군 부대를 겨냥한 드론 공격으로 병사 1명이 사망해 유럽 병력 중 첫 전사자가 나왔다.
이란은 하르그섬에 대한 미국의 공습 직후에 반격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란군은 자국 매체를 통해 자국 석유 및 에너지 인프라가 타격받을 경우 중동 지역에서 미국과 협력하는 석유 기업들이 소유한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페르시아만 국가인 바레인 영토에서 이란 방향으로 미제 M142 하이마스 미사일 2발이 발사되는 영상이 공개되며 확전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바레인 정부는 자국군의 작전 참여를 부인했으나, 바레인에 미 해군 제5함대가 주둔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군의 공격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걸프 국가 영토에서 이란을 향한 공격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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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이란 본토 난타…체제전복보다 군사력 약화에 무게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직접적인 본토 타격도 최고조에 달했다.
1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수천 명이 참석한 반미·반이스라엘 집회인 '국제 쿠드스의 날' 행사 현장 인근에 이스라엘의 폭격이 가해져 여러 차례 폭발음이 울렸고, 여성 1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밤부터 90대의 전투기를 동원해 IRGC 지역 본부와 바시즈 민병대 본부, 탄도미사일 개발시설 등 테헤란 내 정권 기반 시설 200곳에 폭탄을 투하했다고 발표했다.
이란 역시 모즈타바의 성명 발표 직후 이스라엘을 향해 분쟁 발생 이후 최대 규모의 미사일 공습을 단행했다. 이란 IRGC는 무게 1∼2톤에 달하는 탄도미사일 30발을 이스라엘 본토 표적을 향해 발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처럼 치열한 공방전 속에서 정작 이스라엘은 전쟁 초기 내세웠던 '이란 체제 전복'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슬그머니 거둬들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WSJ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이란 최고위급 핵 과학자들을 제거하고 정권 핵심부에 타격을 입혔음에도, 이란 지도부가 여전히 기능을 발휘하고 있으며 민중 봉기의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IRGC와 사복 민병대가 테헤란 주요 거리를 장악하며 시위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개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이란 국민이 정권을 무너뜨릴지 확실히 말할 수는 없다"며 "설령 무너지지 않더라도 훨씬 약해질 것"이라고 밝혀 목표의 눈높이를 낮췄음을 시사했다.
미국 측 역시 당장의 정권 교체보다는 이란의 군사력, 핵 프로그램, 탄도미사일 무기고 파괴 등 제한적인 목표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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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르무즈 봉쇄·석유 인프라 붕괴 우려에 유가 100달러선 지속
양측의 전면적인 충돌 양상 속에 글로벌 경제의 뇌관인 국제유가는 걷잡을 수 없이 치솟고 있다.
13일(현지시간)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3.14달러로 전장보다 2.7% 상승하며 심리적 저항선인 100달러를 이틀 연속 돌파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22년 7월 말 이후 3년 7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전쟁 개전 이후 브렌트유 상승률은 무려 42%에 달한다.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배럴당 98.71달러를 기록하며 100달러 선을 위협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파괴와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장기화에 대한 두려움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리서치팀은 브렌트유의 3월 평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앞으로 일주일 동안 이란을 매우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면서도 종전 시점에 대해서는 "내가 뼛속까지 느낄 때"라고 언급했다.
미국이 파상공세를 준비하고 이란도 더 강경한 저항을 다짐함에 따라 당분간 전쟁 종식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전면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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