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배구 남자부 대한항공이 2년 만에 정규리그 1위 자리를 탈환했다. 2위 현대캐피탈이 최하위 삼성화재에 덜미를 잡히며, 대한항공은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확보했다.
현대캐피탈은 1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V리그 삼성화재와 안방 경기에서 세트 점수 1-3(25:22/19:25/23:25/20:25)으로 역전패 당했다. 삼성화재는 지긋지긋한 13연패 사슬을 끊은 반면, 선두 싸움을 펼치던 현대캐피탈은 허무하게 1위 자리를 대한항공에 내주고 말았다.
이날 패배로 승점 66(21승14패)에 머무른 현대캐피탈과 1위 대한항공(승점 69·23승11패)의 승점 차는 3이다. 리그 두 경기를 남겨둔 대한항공이 15일 오케이(OK) 저축은행과 19일 현대캐피탈과의 경기를 모두 패하면,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승점은 69로 같아진다. V리그는 승점이 같을 경우 다승, 세트득실률, 점수득실률 등을 따지는데, 현대캐피탈이 대한항공과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더라도, 대한항공에 다승에서 밀린다. 때문에 시즌 마지막까지 펼쳐질 것이라 예상됐던 두 팀의 리그 1위 싸움은 이날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에 왕좌를 내준 대한항공은 이번 시즌 브라질 출신 명장 헤난 달 조토 감독을 선임하며 설욕을 노렸다. 헤난 감독이 이끄는 대한항공은 시즌 초반 외국인 에이스 카일 러셀(등록명 러셀)과 국내 간판 정지석의 ‘쌍포’ 공격조합이 매 경기 20점 안팎의 득점을 올리며 10연승을 달렸다. 베테랑 세터 한선수의 정교한 볼 배급도 일품이었다.
하지만 시즌 중반 갑작스러운 위기에 빠졌다. 지난 1월 에이스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과 그의 자리를 대체할 임재영이 나란히 부상을 당하며 한쪽 날개를 잃어버린 것이다. 급격히 경기력이 떨어진 대한항공은 연패에 빠지며 결국 현대캐피탈에 잠시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끝이 보일 것 같지 않던 절체절명의 위기였지만, 두꺼운 선수층이 힘을 냈다. 헤난 감독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유광우, 임동혁, 강승일, 최준혁, 곽승석 등 다양한 카드를 활용했다. 아시아쿼터 이가 료헤이(리베로·일본)를 아웃사이드 히터 개럿 이든 윌리엄(등록명 이든·호주)으로 교체한 것도 주효했다. 이든은 빠르게 팀에 녹아들며, 시즌 후반 선두 싸움에서 알토란 역할을 했다.
한선수, 김규민, 유광우 등 베테랑이 많은 대한항공 입장에선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것도 다행이다. 다음달 2일 열리는 챔피언결정전(5선3승제) 1차전까지 플레이오프 승자를 기다리며 체력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